어릴 적 추억을 소환할 때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로 ‘채변봉투’가 있습니다. 학교에 봉투를 내고 얼마 지나면 선생님께서 결과발표와 함께 기생충약을 나눠 주십니다. 이름을 불리는 아이들이 더 많았기에 이름이 불려도 그닥 부끄럽지는 않았지요.
화학비료와 농약이 도입되면서 기생충이 옛이야기가 될 무렵, 건강을 생각하는 친환경 농사가 확대되면서 기생충약을 다시 먹어야 한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가족이 1년에 한 번 정도 기생충약을 먹는 게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무처럼 여겨지기도 하고요.
우리 가족도 기생충약을 매년 먹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회충, 편충 등 기생충 감염이 아주 드물어졌습니다.
기생충 감염률이 예전에는 90%가 넘었으나 최근에는 0.5%를 밑돕니다.
둘째,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인분을 비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친환경 채소로 인해 기생충에 걸릴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됩니다.
셋째, 기생충약의 효과는 하루 이틀 정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기생충에 감염되었을 때 치료제로는 훌륭하지만, 예방약으로는 부적절합니다. 만일 기생충약으로 예방해야겠다고 작정을 한다면 이 약을 매일같이 먹어야 가능하겠지요.
따라서 기생충약을 예방목적으로 먹는 건 비추, 기생충 감염이 의심될 때 간단하게 대변검사를 해보고 그 결과에 따라 기생충약을 먹는 건 강추.
칼럼을 써 주신 윤여운 원장은 내과 전문의로 중곡동에서 ‘더불어내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인 광진주민연대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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