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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을 거닐며 옛이야기를 듣다
능동주민센터, 시민참여예산사업으로 어린이대공원 역사탐방 프로그램
 
디지털광진   기사입력  2020/08/07 [18:01]

능동에서는 2020 동단위계획형 시민참여예산사업에 선정되어 7월부터 11월가지 5개월간 명사특강, 시리즈기획프로그램,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 730일에는 시리즈 기획강연의 일환으로 역사프로그램 기획자인 박태웅 선생을 초청해 어린이대공원에 대한 역사탐방을 진행하였다. 이날 역사탐방에서 있었던 내용을 광진구마을자치센터 이영선 마을팀장이 정리해 디지털광진에 보내왔다.(편집자 주)

 

 

▲ 어린이대공원 탐방의 시작. 대공원 정문에서     © 디지털광진

 

 

비가 잠시 멈춘 730, 늦은 오후

오늘은 능동이라는 동네이름의 유래인 유강원 이야기처럼 어린이 대공원 구석구석 숨어있는 이야기를 함께 들으며 산책하였습니다. 함께 하지 못한 분들도 잠깐 대공원의 역사투어 이야기를 맛보실 수 있도록 소개합니다.

 

어린이대공원 정문 & 단청

어린이대공원은 16만평이라는 규모의 공간이기도 하고,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의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정문에 이러한 단청도 가능한 곳이라는 해석과 함께 단청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단청은 색채가 있는 그림인데, 붉은색과 푸른색을 기본으로 하며, 궁궐이나 사찰의 장엄함이나 권위, 아름다움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 실용적인 이유도 있는데, 우리나라 목조건물에 주로 사용하는 소나무가 송진으로 다루기가 어렵고, 뒤틀리거나 터지기 쉬워 이를 방지하고 썩거나 벌레가 먹지 않도록 한다고 합니다.

 

▲ 대공원에 들어서서 정문과 단청, 향나무 이야기를 듣고 있다.     © 디지털광진

 

 

향나무 & 메타세콰이어

"어린이 대공원이 나무가 많은 곳이 예요. 그래서 나무 이야기로 시작해보려고 해요.“

 

먼저 입구의 향나무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종묘이야기, 프랑스 판화, 배재학당 앞 향나무의 이야기까지 이어졌습니다. 향나무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네요.

 

종묘는 조선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이 안에는 연못이 세 곳 있는데, 이 세 연못에 향나무가 심어져있습니다. 향나무는 잡귀를 물리치고 신을 부르는 나무이기 때문에 상징으로 둔 것이라고 하네요.

 

프랑스 판화가 조르주 루오의 <의인은 향나무와 같아서 자신을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힌다> 라는 긴 제목의 판화, 배재학당 앞에 있는 500년 이상 된 향나무에는 일본의 장수 가토 기요마사(가등청정)의 말을 묶기 위한 못을 박은 못 자국이 아직도 이야기와 함께 남아있다고 합니다.

 

메타세콰이어 나무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세콰이어라는 나무가 캐나다쪽에서 자라는데, 일본에서 세콰이어와 입모양이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나무가 화석으로 발견된다고 합니다. 그 나무는 화석으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중일전쟁 때인 1937년 무렵 중국에서 세콰이어와 닮은 그 화석의 실재 나무를 발견했어요. 그래서 세콰이어와 닮은 나무라는 뜻으로 메타세콰이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진화학자 다윈은 변하지 않도록 고정된 것을 화석이라고 하는데, 수만년 전이나 수천년 전이나 변하지 않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했어요. 이 메타세콰이어도 화석처럼 변하지 않기 때문에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한다네요.

 

연꽃과 수련

어린이 대공원 환경연못에는 연꽃이 만발해있네요. 연꽃은 꽃이 피는 동시에 안쪽에 열매를 맺는 특성이 있어요.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 예요. 불교에서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한다.’ 고 합니다. 옛날에는 내가 먼저 깨닫고 중생을 구한다고 한다고 했는데, 깨달음을 얻은 후에 중생을 구하려고 하면 평생 할 수 없어서 최근에는 동시에 추구해야한다고 이야기해요. 내가 살아가는 깨달음과 함께 내 곁의 사람들과 관계도 함께 보자는 것이 요즘의 이치라는 설명입니다.

 

연꽃 이야기는 "현대음악 작곡가인 윤이상 선생의 묘지가 베를린에 있었는데, 이 묘지명이 <처염상정(處染常淨)> 이었어요."라는 이야기로 흐릅니다. 처염상정은 '오염된 곳에 처해도 항상 깨끗함을 잃지 않도록 한다'는 뜻으로 연꽃을 말할 때 사용하는 말이라고 하네요. 연꽃은 잎에 물이 묻지 않고 떨어지죠. 진흙이 묻어도 더러워지지 않는 꽃이라는 의미로 항상 깨끗함을 잃지 않는 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늘 헷갈려하는 연꽃과 수련의 차이도 알게 되었는데, 연꽃은 물 위로 많이 올라와 있고, 수련은 수면에 붙어있어요. 수련은 해가 지면 꽃을 닫아서 수련이라는 이름의 뜻은 '잠자는 꽃'이라고 합니다..

 

프랑스 가스통 바슐라르는 <꿈꿀 권리>의 첫 구절로 연꽃과 수련의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수련은 여름 꽃이다. 그것은 여름이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이 깊은 정원사는 그 꽃이 연못에 피는 것을 보고 오렌지나무를 온실에서 내어놓는다.

그리고 9월이 되어 수련이 지면 그것은 춥고 긴 겨울을 알리는 전조가 된다.

클로드 모네처럼 물가의 아름다움을 거두어 충분히 저장을 해두고 강가에 피는 꽃들의 짧고 격렬한 역사를 말하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가스통 바슐라르 <꿈꿀 권리>)

 

 

▲ 어린이대공원 환경연못     © 디지털광진

 

아리수나라 & 한강

아리수는 육각수로 건강한 물이예요. 자연에서 육각형 모양이 건강하다고 해요. 아리수는 고구려가 한강을 부르는 말로, 아리는 크다는 뜻이고, 수는 물을 뜻해요. 아리수는 한강을 부른 말이라고 합니다. 문명들이 강을 차지하려고 한 것은 식수와 농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고, 배를 띄우고 이동할 수 있는 길을 통해 고기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한강 이야기를 임진강과 함께 이야기 했어요. 한강과 임진강은 서로 만나지 않는 강인데 연결되어 있는 강이래요. 넓게 보면 임진강도 한강의 유역으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고구려 장수왕은 가장 넓은 영역을 차지했던 군주입니다. 백제를 침공한 장수왕은 아차산성에서 백제의 개로왕을 죽이고 영일만과 아산만까지 영토를 확장해요. 그런데, 장수왕 이후 신라백제 연합군의 공격으로 551년에 한강의 아차산방어선이 무너지게 되어 고구려는 임진강까지 쫓겨나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러니 한강을 차지하려면 임진강을 차지해야하고, 임진강을 차지하려면 한강을 차지해야하는 서로의 연결고리가 있다고 합니다.

 

연천 임진강에는 고구려 3대성(은대리성, 당포성, 호로고루성) 중 하나로 장수왕 때 건설된 호로고루성이 있어요. 호로는 표주박, 고루는 옛날의 성이라는 의미가 있어요. 임진강에서 이곳만 좁고 얕은 곳이라서 호로고루성 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넓은 나루라는 뜻의 광진과 대비되는 곳이죠. 연천의 호로고루도 궁금하네요.

 

▲ 아리수나라     © 디지털광진

 

 

능동의 유래, 유강원

능동이름의 유래인 유강원은 순종의 비인 순명효황후 민씨의 능이 있던 곳이예요. 이 능은 원래는 용마산, 현재의 아차산역 부근에 있었어요, 순명효황후 민씨는 11세 때 순종의 비가 되었고, 26세 무렵 대한제국이 되면서 황태자비가 되었죠. 순종이 즉위하기 3년 전에 돌아가셔서 왕비시절이 아닌 빈시절에 사망하여 원으로 붙어 <유강원>이라고 했어요. 1926년 순종이 사망하면서 유강원을 딴 유릉이 조성되고 그곳에 함께 합장되면서 용마산 자락에 석물만 남은 것을 어린이 대공원 조성과 함께 옮겨놓은 것이 지금 남아있는 석상이예요.

 

▲ 유강원에 있던 석물     © 디지털광진

 

 

군자정에서 듣는 골프장 이야기

유강원이 능동이라는 지명과 연결되어 있듯이 군자정은 군자동이라는 지명과 연결되어 있어요.

 

군자정에서는 군자리 골프장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장은 1897년 대한제국이 수립된 해에 영국의 조계지인 원산에 6홀 골프장이라고 해요. 서울에 골프가 소개된 것은 1919년에 31운동 이후인데 일제가 무력정책에서 문화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지배받는 민족의 문화를 말살하고 강제로 자신들의 문화를 이식하는 과정에서 도입되었다고 해요.

 

이 어린이 대공원과 골프장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지금 이 어린이 대공원 자리에 1920년대 후반, 영친왕이 개인 자본으로 18개 홀의 골프장을 최초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이후 군 시설로 되었다가. 전쟁이후 다시 폐허가 되었는데 이승만 대통령이 다시 골프장으로 정비했어요. 이승만 시대에 제대로 된 골프장이 없어서 당시 고위 장성들이 일본으로 골프를 치러 자주 갔어요. 골프를 치러가느라 자꾸 자리를 비우게 되는 것에 대한 고민으로 국내에 골프장을 세우게 되었다고 하네요. 대한민국 1호 골프장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은 군자리 골프장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했다고 하고 우여곡절도 많았던 골프장이었네요.

 

이후 박정희 대통령의 공약으로 이 자리에 있던 서울 컨트리 클럽골프장은 고양으로 옮겨가고, 7355일 현재와 같은 <어린이대공원>이 문을 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승훈 동상 & 어린이 숲체험장

어린이 대공원에는 11명의 동상이 있다고 해요. 몇몇 분들은 친일 논란에 휩싸이기도 해서 오늘은 이승훈 선생님을 선택했습니다. 이승훈 선생님은 31운동 당신에 33인에 참여한 독립운동가이자 독립교육가로, 평북 정주에 오산학교를 세웠는데 이 학교를 통해 함석헌 선생님, 김소월 시인 등이 배출되었어요. 또한 대공원 안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쓴 글씨가 있는데, 박정희 대통령의 글은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어린이 대공원 안의 동상들도 친일 논란 등 다양한 역사적 의견과 해석을 반영하여 재조정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근대사, 현대사는 민감하고 예민한 부분이 있어서 모두의 판단에 맡긴다는 말로 마무리하였습니다.

 

▲ 이승훈 선생의 동상 앞에서     © 디지털광진


 

백마고지 삼용사의 상 & 구의문

동상에 있는 백마고지 삼용사 같은 분들의 희생이 있어서 현재의 우리가 있으므로 이러한 희생을 추모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 동시에 평화와 통일, 공존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분단이나 냉전이 아니라 평화 공존 통일을 모색해야하는 때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전하고 구의문에서 오늘의 긴 역사투어를 마무미하였습니다.

 

▲ 백마고지 삼용사의 동상 앞에서     © 디지털광진

 

 

우리는 나무가 계속 이산화탄소를 무한히 흡수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나무들은 80~100년이 지나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이 거의 0이 된다고 해요. 그래서 산소를 배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새로운 나무가 계속 필요하데요. 기존에 있는 나무에 계속 기대지 않고 계속 산소를 배출하고 이산화탄소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나무를 계속 심어야 해요. ”

 

시작처럼 나무 이야기로 마무리 된 어린이 대공원 역사투어는 6~7년 전에 비해 이용자가 반으로 줄고, 특히 어린이 이용자보다 어르신 이용자들이 늘고 있는 고민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했습니다. 건강하고 깨끗한 공기를 위해 새로운 나무를 계속 심어야 하듯이 다양한 새로운 시도를 바탕으로 더 건강하고 의미 있는 공원이 동네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오늘의 투어는 박태웅 선생님의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나무이야기부터 역사, 철학, 시와 같은 문학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넘나들며 함께 했습니다. 늘 가까이 있어 무심히 걷던 어린이 대공원이었는데, 담고 있는 사연을 들으니 관심과 애정이 듬뿍 생기게 되네요. <능마루 인문학> 덕분에 잠시 시간이 멈춘듯한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네요. 앞으로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진행된다고 하니 그 시간들이 기다려집니다.

 

▲ 구의문에서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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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07 [18:01]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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