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내어 세종교육센터에 찾아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공부할 기회를 마련해주신 정병용 이사장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이곳에 오기 전에는 한글을 전혀 몰랐습니다.
아들을 군대에 보냈는데 아들이 저에게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아들은 엄마가 한글을 모른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보낸 편지인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배우지 못한 설움이 한꺼번에 밀려왔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한글을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세종교육센터에 접수하고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이젠 친구들과 카톡도 하고 지난해에는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는 오늘도 ‘아이 캔 두잇’을 외치며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 8일 열린 세종교육센터 졸업식에서 정병용 이사장과 졸업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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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대표인 이임선 씨가 담담한 목소리로 답사를 읽어가는 동안 13명의 졸업생들은 지난날을 회상이라도 하듯 담담한 표정으로 답사에 귀 기울였고 입학생들과 재학생들의 표정도 감회에 젖어 있는 듯 했다.
지난 2006년 3월 개교 이래 지역의 다문화가족과 어르신들의 한글교육에 힘써온 세종교육센터(이사장 정병용)에서는 8일 오전 ‘2022년 졸업식과 2023년 입학식’ 행사를 개최하였다.
2008년 비영리법정단체로 서울시에 등록한 세종교육센터는 지난 2011년 3월, 평생교육진흥법에 의거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초등학교 학력인정교육기관으로 지정 받았다, 지난해까지 초등과정 252명, 중등과정 1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이번에 초등과정 10명, 중등과정 3명이 졸업함에 따라 올해까지 세종교육센터를 졸업한 학생은 초등 262명, 중등 13명 등 총 275명에 달한다.
8일 오전 화양동 세종교육센터 마당에서 진행된 졸업식에는 초, 중학교학교 과정 13명의 졸업생과 재학생, 입학생, 교사, 정병용 이사장 등이 함께 했다. 지역에서는 김경호 광진구청장과 광진구의회 추윤구 의장, 광진경찰서 김종호 정보과장, 현대 오일뱅크 최창호 상무 등도 참석해 졸업식을 축하했다. 국민의힘 광진갑당원협의회 김병민 위원장과 박성연 서울시의원, 신진호 광진구의원은 행사 시작 전 졸업식장에 들러 졸업생들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
이날 졸업식은 졸업생들에게 학력인정서, 졸업장과 표창장을 수여하고 엄춘홍 재학생 대표의 송사, 이임선 졸업생 대표의 답사, 그리고 정병용 이사장과 지역 인사들의 축사, 졸업식 노래 제창 등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졸업식이 진행되는 동안 졸업생들은 담담하지만 밝은 미소로 졸업의 기쁨을 표현했으며, 졸업식이 끝난 후에는 가족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는 등 늦은 졸업식을 자축했다.
▲ 졸업생 대표인 이임선 씨가 답사를 하고 있다.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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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에서 정병용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눈은 있어도 읽지 못하고 손이 있어도 쓰지 못하던 한 많은 60평생을 자식도 모르고 손주도 모르게 살아왔다. 이러한 설움을 오늘부로 잊고 이제는 간판도 읽고 버스도 마음껏 타면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기쁨을 누리면 좋겠다. 배움의 길은 힘들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인생 120년 앞으로 60년 더 살려면 계속 공부해야 한다. 그 동안 도움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졸업을 하게 된 졸업생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 축사를 하고 있는 정병용 이사장. 정 이사장은 이날 축사도중 '17년째 광진경찰서에서 교사를 파견해 주었는데 올해부터 끊기게 되었다.'면서 광진경찰서에 서운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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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용 이사장에 이어 김경호 구청장, 추윤구 의장, 김종호 과장은 축사를 통해 졸업과 입학을 축하하고 정병용 이사장의 헌신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졸업식은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것으로 모두 막을 내렸으며, 졸업식이 끝난 후 졸업생들은 세종교육센터 교사, 정병용 이사장, 동료,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아름답고 감동적인 하루를 보냈다. 졸업생들에게는 현대오일뱅크에서 기부한 쌀과 화장품을 졸업선물로 증정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초등과정 17명, 중등과정 36명이 입학했으며, 재학생까지 합쳐 총 102명이 올해 세종교육센터에서 만학의 꿈을 키우게 되었다.
▲ 한 졸업생이 졸업식 노래를 부르고 있다.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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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졸업식에서 정병용 이사장은 '가족들이 많이 오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한 후 가족들을 대신해 인사드린다면서 졸업생들에게큰절을 올렸다.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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