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의회 제9기 후반기 원구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비의장파 의원들이 전은혜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의회 사무국에 접수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불신임 사유를 밝혔다. 지난달 15일 의장에 당선된 전은혜 의장은 의장당선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불신임안이 접수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으며, 의장파와 비의장파의 갈등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 광진구의회 비의장파 의원 8명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은혜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횄다고 밝혔다. 사진은 기자회견 모습  © 디지털광진

 

 

광진구의회 8명의 의원들, 전은혜 의장 불신임안 제출

광진구의회 비의장파 의원 8명(추윤구, 고양석, 장길천, 최일환, 신진호, 김상희, 고상순, 김상배)의 의원들은 13일 오전 11시 30분 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일 전은혜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비의장파 의원들은 의회 본회의장이나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지만 전은혜 의장의 장소사용 불허에 따라 기자회견 장소를 본회의장 앞 로비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불신임안에 서명한 8명의 의원 중 장길천 의원을 제외한 7명이 참석했다. 장길천 의원은 병원진료를 이유로 기자회견에는 불참했지만 기자회견 후 의회에 도착해 사진촬영에 동참했다.

 

▲ 한 자리에 선 8명의 불신임안 서명 의원들. 좌측부터 신진호, 장길천, 고상순, 추윤구, 김상희, 고양석, 김상배, 최일환 의원  © 디지털광진

비의장파 의원들은 ‘독선, 독단으로 의회를 망가뜨리는 갑질의장 전은혜는 물러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갑질의원에 갑질의장까지! 의장의 독선, 독주, 진정한 사과 없이 유감표명만! 의장은 물러나라, 이런 상황에 제주도 연수 간 의장은 자격 없다’ 등이 적힌 손 팻말과 공무원노조와 연석회의가 지역에 배포한 유인물, 라선거구에 걸린 현수막 사진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은 비의장파 의원들을 대표해 김상희 의원이 회견문을 낭독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갖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비의장파 의원들은 ‘전은혜 의장님! 제주도 음식은 입에 맞으시나요?’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에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8명의 의원을 제외한 전은혜, 이동길, 김미영, 김강산, 서민우 다섯 분의 의원들은 제주도에 있음을 밝히며 기자회견을 시작한다. 우선 개원 이래 유래 없이 원구성이 늦어짐에 따라 구정이 마비되어 구민들께 심려를 끼친 점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우리 8명의 의원들은 8월 12일 오후 2시 의장의 독주와 전횡을 막기 위해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며 불신임안 제출 사실을 밝혔다.

 

불신임 사유는 ‘갑질문제, 권한 남용 및 독선적인 처진, 의장 직무유기’

이어 비의장파 의원들은 불신임 제출 사유로 ‘광진구 공무원 갑질문제’와 ‘권한 남용 및 의장의 독단적인 처신’, 그리고 ‘의장의 직무유기’ 3가지를 들었다.

 

갑질문제와 관련해서는 “진심어린 사과를 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온갖 핑계로 시간을 끌다가 결국은 유감표명으로 사건을 무마시키고자 했다. 이러한 태도는 피해자를 위로하기는커녕 2차 피해만 가중시킨 결과를 초래했고 의회의 권위와 위상을 추락시켰다. 관내에는 함량미달인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한 의회를 규탄하고 부정하는 현수막이 즐비하다.‘고 주장했다.

 

권한남용과 독단적인 처신에 대해서는 ‘지난 7월 16일부터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는 총 24일 대비 단지 5회에 그쳤고 그마저도 의견조율 등을 핑계로 정회와 산회를 반복했다. 또한 의장은 8월 8일 상임위원회 배정도 각 의원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처리했다. 각 의원들의 상임위 신청안은 지난 7월 15일 사무국을 통해 의장에게 전달됐다. 7월 18일 이후 상임위 배정현황 공개에 대해 8명 의원의 지속적인 요청이 있었음에도 의장은 어떤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8월 8일 회의 5분 전에야 배정표를 전달했다. 각 의원들이 원하는 상임위를 무시하고 배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신청서 제출 후 2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상임위 공개에 대한 수많은 요청에도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밝혔다.

 

직무유기와 관련해서는 “현재 의장은 제주도에 있다. 지금 의장에게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본인을 지지하는 의원들과의 친선도모인가. 사무국에 따르면 의장의 이번 제주도 연수는 7월 15일 의장선출 이후 본인과 뜻이 맞는 의원들과 계획한 것이다. 7월이면 원구성이 마무리 될 것이라 생각하고 6월부터 연수를 계획했던 저희는 원구성이 늦어짐에 따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모든 지방일정을 취소했다. 지금 의장에게 무엇이 가장 시급한 것인지 판단을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의회를 무시하는 것인가. 본인과 몇몇 의원의 교육일정에 맞춰 회의를 12일이나 늦출 만큼 불요불급한 교육인가?”라며 원구성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제주도 교육연수를 떠난 것에 대해 비판했다.

 

끝으로 8명의 의원들은 “이러한 이유로 지금이라도 의장의 독주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수일간의 논의 끝에 괴롭고 어려운 불신임안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부의장 선거이후 (비의장파 의원들의) 회의 불참은 위와 같이 의원들을 존중하지 않는 의장의 독선과 의회 내 파행을 일삼는 행위를 바로잡고 의원 각자의 권리를 찾기 위함이지 반대를 위한 반대이거나 상임위원장 자리다툼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지난 8일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불참을 해명한 후 “현재 광진구의회는 의장을 필두로 몇몇 의원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의회는 그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다. 언행일치, 눌언민챙(말하기는 쉬우나 행하기는 어려우므로 군자는 말을 먼저 내세우지 말고 행동이 민첩하게 행해지는 것을 원한다는 숙어-편집자 주)의 자세로 바르고 상식적인 의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구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의원의 모습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전은혜 의장은 직권남용을 즉각 중단하고 의회내 민주적 의사결정을 보장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김상희 의원  © 디지털광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법에 규정된 불신임 사유로는 부족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공무원에 대한 갑질문제가 불거지면서 현수막이 걸리고 노조의 서명운동이 진행되는 등 의회의 위상과 권위를 추락시킨 잘못, 원구성에 최장기간이 소요되고 있고 8일까지 원구성을 마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은 점. 이러한 상황에서 5명의 제주도 교육연수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며 불신임 사유로 충분하다고 답변했다.

 

이후 불신임안 의결 일정을 묻는 질문에는 “20일 상임위원장 선출이후에 할지 아니면 그 전에 할지는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제주도 연수는 한국산업기술원 지방자치연구소가 전국의 지방의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의회 후반기 개원을 기념해 진행 중인 ‘대한민국 지방의회 하계 합동세미나’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연수는 지난 7월 15일을 시작으로 8월 30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총 12차례 진행되며 연수 장소는 부산과 속초, 제주도, 여수, 보령 등지의 호텔이다. 전은혜 의장을 비롯한 5명의 의원들은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제주도 불튼호텔에서 열리는 연수에 참가하고 있다. 연수에서는 정치자금법, 의회 내 갈등관리, 의정 성과 언론활용전략, 지자체 계약업무 견제 감시방안, 민간위탁 보조금 문제 해결방안‘ 등을 주제로 강연이 진행된다.

 

비의장파 의원 8명도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는 제주도 불튼호텔 연수를 신청했지만 원구성이 늦어짐에 따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불신임안과 관련해 전은혜 의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14일 오전 수차례 연락했지만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은혜 의장 불신임안 통과될까?. 향후 전망은?

지방자치법 제62조에 따르면 지방의회의 의장이나 부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지방자치법 58조에서는 의장의 직무에 대해 ‘의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회의장 내의 질서를 유지하고 의회의 사무를 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를 수행하지 아니하면 지방의회는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으며, 불신임 의결은 재적의원 1/4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한다. 불신임 의결이 있으면 지방의회의 의장이나 부의장은 그 직에서 해임된다.

 

이번에 전은혜 의장의 불신임안에 서명한 의원은 재적의원 14명 중 8명으로 불신임안이 상정될 경우 통과가 유력하다. 문제는 불신임 사유에 해당하는가 여부다. 법에서는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판단은 최종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다.

 

불신임안 심의의결에 당사자인 전은혜 의장은 배제되며 회의는 고양석 부의장이 진행하게 된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전은혜 의장은 ‘불신임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불신임안에 대한 효력정지 신청’을 낼 가능성이 높다. 가처분 신청의 경우 1개월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본안소송은 최종 판결까지 1년 가까이 걸릴 수도 있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전은혜 의장의 남은 임기를 고려할 때 사실상 해임이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인용될 경우는 즉시 의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가처분 신청이 인용 된다고 해도 불신임 정국이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불신임안을 제출해 의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초구의회는 지난 2022년 3월 해임된 의장이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어 의장이 복귀하자 그 다음날 불신임안을 다시 상정해 통과시키고 의장을 다시 선출하는 등 3차례에 걸친 불신임안 의결로 의장복귀를 끝내 무산시킨 바 있다. 가처분신청이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극적인 타협이 없다면 광진구의회의 파행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후반기 원구성 문제로 의장파와 비의장파로 갈려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광진구의회가 언제 쯤 정상화 될 수 있을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