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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치아래 숨어 있는 천지창조의 비밀
'한반도 자연사기행, 조홍섭 지음 한겨레출판
 
심범섭 시민기자   기사입력  2011/12/21 [16:51]
왜 그럴까? 지구촌이 이상하다. 아니 지구가 수상하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연하게 돌아가던 질서가 수선스럽기만 하다. 겨울 속에 봄을 보고 봄인가 하면 가을 같다. 폭설, 폭우, 폭풍, 지진, 쓰나미 등 무엇 하나 가늠할 수가 없다. 외람된 말 짓이지만 혹! 하느님의 전지전능도 지긋한 연세에 빨간 불이 켜지고 먹구름이 떠다니는 건 아닌지…… 음~ 그렇다면 큰일 아닌가 
 
▲ 심범섭 선생님     ©디지털광진
어둠이 짙고 두려움이 클수록 궁극을 묻게 된다. 막힌 길을 뚫어내고자 생명주체의 의지가 나서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간 그저 물체의 덩어리로만 보고 깎고 파고 쌓고 갈고 녹여 써먹는데 만 혈안이 돼 있던 우리 인간이 요즘, 지구의 탄생과 종말에 대해 부쩍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지구 저편의 우주를 향한 욕망에 한결 강도를 높여가는 중에 그 꿈을 향한 설계와 함께 그 꿈과 상반되는 걱정이 뭉게구름처럼 떠오르자 존재에 대한 궁극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창조주며 신이며 물질 및 존재의 본질을 묻고 있는 것이다. 공포의 산물이다. 개척과 본질 그 사이를 떠도는 존재의 불안이 아닐 수 없다. 존재의 저쪽 허공에서 무한을 관장하는 신을 찾다가 이제 존재의 이쪽 존재의 안으로 들어가서 창조의 설계도를 찾고 그 주인장인 신을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다. 과연 그 물질이 끝나는 극단에 신은 존재하는 것일까 그 진정한 창조주의 비밀을 찾아 신들메를 질끈 매보자.
 
46억년 전이라고 했다. 그 까마득한 때 과연 천지창조의 설계도가 존재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 때 물 자체가 다만 열기와 열정으로 공간과 시간을 빚으며 동시에 그 안에 자신을 빚어 넣음으로써 비로소 '여기'라는 공간과 '지금'이라는 시간 그리고 그 안에 '존재'라는 주체가 생겨났으리니…… 그 46억년을 거슬러 올라가 46억년 뒤의 어리디 어린 아가의 마음과 눈으로 찾아내려는 천지창조의 비밀지도는 그래서 어리석지만 또한 신비롭기만 하다. 더구나 그 신비한 이야기가 지금 우리가 밟고 서 있는 바로 여기 이 땅의 이야기라니 더 그렇다.
 
물론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듯한 지구촌의 불안에 그가 꼭 '이것이 답이다.'라고 내 놓는 건 아니지만 이 '자연사 기행'을 쓴 저자 조홍섭 박사의 발걸음 하나하나는 그 답이 널려 있던 태초의 그 불길 물길을 찾아 헤매는 모습은 지극히 아름답다. 그는 지구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이런 이정표를 짰다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손 잡히는 대로 집어 든 돌맹이 하나 석탄조각 하나에서도 달리는 차창 너머로 보는 개울 건너 벼랑에도 천지창조의 설계도는 그 창조 당시 그 때 그대로 온전히 새겨서 온전히 남겨놓은 것만 같다. 그건 하등 비밀이 될 수 없다. 단지 우리의 무지이거나 또는 들여다보아서는 안 되는 금기는 아닐까
 
한편 '아는 만큼 보인다.'는 저자의 말대로 '자연사 기행'에서 안다는 것은 기행의 눈이자 발이고 지팡이지만,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지구의 속살을 들여다보려는가? 창조의 비밀을 알고자 하는가? 왜 우주의 주인이신 신을 알겠다고 날뛰는가?
 
  46억 살 안팎의 지구에 처음 다세포가 출현한 게 5억년 쯤이고, 나무가 등장하고 잠자리가 태어난 것이 3억 5천만년쯤인데 인간의 나이는 겨우 400만년이란다. 그 새파란 애송이 인간이라는 막내가 나타나자 지구의 몸은 병들기 시작했다. 그는 제 집이거나 좀 갸륵하게 말하면 자신의 어머니인 지구를 그저 갉아먹는다. 그러면서도 하는 말은 만물의 영장이라거나 지구촌 만생물의 종손인양 행세한다. 방자하기 그지없다. 언 듯 생각해 봐도 벌을 받아 싸다는 생각이 든다. 혹 인간이 지구의 암세포는 아닌지……
                                           
손톱이 자라는 만큼이라고 했다. 그렇게 지구는 아주 천천히 몸을 뒤틀고 오르고 내리고 흐르며 광활한 우주공간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그건 미세한 활동이 아니다. 그렇게 움직이는 침식, 침강, 퇴적이 마치 배추의 고갱이처럼 인수봉과 백운대를 뽑아 올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오르는 산으로 기네스북에 올려놓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다. 이 책 '한반도 자연사 기행'을 읽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지구의 그 빠른 움직임에 너무나 감탄해서 지구는 물질이 아닐뿐더러 어떤 정신 또는 신의 활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간 우리가 신의 존재를 무의 공간과 시간과 존재에서 찾고자 했지만 이제부턴 무가 아니라 유에서 그러니까 존재 극단의 밑으로 내려서서 신의 존재를 찾아야 되는 건 아닐까 갑자기 그 무궁무진한 활동에 옷깃을 여미고 경배를 드려야겠다는 마음이다.
 
▲ 한반도 자연사기행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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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2/21 [16:51]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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