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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사냥꾼
조원희 / 이야기 꽃 / 어린이책시민연대 장영아
 
디지털광진   기사입력  2019/05/01 [17:52]

예사롭지 않은 붉은 책 표지에 큰 귀를 늘어뜨린 회색 얼굴 옆태가 슬며시 드러난다. 긴 총을 멘 것으로 보아 사냥꾼인 듯하다. 책장을 하나 넘기면 널따란 들판 멀리 나무 몇 그루가 드문드문 보인다. 잠시 후 총을 메고 든, 표지에서 봤음직한 사냥꾼 여럿이 호기롭게 걸어간다. 한 사냥꾼이 망원경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다. 망원경 끄트머리, 발가벗은 어린아이가 뒤를 돌아본다. 목표물을 발견한 사냥꾼들은 사냥개와 함께 발이 빨라진다. 마침내 일제히 멈춰 화살 총을 쏘고, 화살을 여러 발 맞은 아이는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사냥꾼들과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몸집을 가진 아이다.

 

▲ 이빨 사냥꾼     © 디지털광진

아이의 눈에 사냥꾼들이 보이고 이내 그들은 망치, , 갈고리 등으로 아이의 커다란 이를 뽑아 어디론가 옮기고 있다. 그 다음은 짐작대로 이를 뽑아 장신구를 만들어 파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야기는 들판에서 잠을 자던 아이의 꿈으로 마무리 되는데 아이가 깨어났을 때 인간 어른 사냥꾼들은 커다란 상아를 어깨에 메고 옮기고 있다. 아이는 무서운 꿈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고 결심한다.

 

작가는 코끼리와 인간의 입장을 바꾸어서 이야기함에 있어 아이의 눈을 통해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마치 독자가 직접 보고 그 일을 실제로 당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사냥꾼들의 욕망과 아이의 두려움이 상징적인 도구와 강렬한 색채로 그려져 책을 읽고 난 후 아이가 꾼 무서운 꿈의 느낌은 고스란히 내게 전해진다.

 

예로부터 코끼리는 지혜, 부와 장수를 상징하며 신성한 동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상아를 탐내면서 최근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때문에 상아 수출과 거래를 금지하고 있지만 밀렵을 통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생존과 종족 보존을 위해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가 늘어난다고 하니 인간의 탐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귀하고 좋은 것을 보면 탐하는 게 인간이다. 때론 그 정도가 심해서 동물들을 무자비하게 죽여 취하기도 하지만 그런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존재 역시 인간이다. 누군가는 밀렵꾼이나 밀거래자를 잡으러 다니기도 하고, 누군가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사용을 자제하며 수요를 줄이려 노력하는가 한다. 누군가는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려고 노력하는데 이 책을 쓴 작가와 책을 읽는 이들이 그 역할을 할 수 것 같다.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가 상대로부터 무언가를 얻으려고만 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 , , 나무, 먹이 등과 같은 자연을 나눌 수 있을 때 우리도 자연 안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동물들도 우리와 같은 생명체이고 무엇보다도 생명은 인간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님을 되새겨 보게 한다.

 

책의 마지막 면지에는 첫 면지와 같은 들판에 코끼리 한 마리가 보인다. 들판 끝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어찌 보면 평화롭지만 달리 보면 위험스럽다. 코끼리의 뒤를 쫓는 사냥꾼이 있는 건 아닐까? 코끼리가 무사히 무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코끼리가 뒤를 돌아봤을 때, 상아 없이 피를 철철 흘리고 있지는 않을까? 두려움에 떨며 원망스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든다. 책을 덮으니 혼자 걷던 코끼리 옆에 아기 코끼리가 같이 있다. 참 다행이다 싶다. 두 코끼리가 무사히 코끼리 무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돌아온 코끼리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그 곳의 코끼리들은 기다랗고 멋진 상아를 뽐내는 코끼리들 일 것이다.

 

 

 글을 써주신 장영아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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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01 [17:52]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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