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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의장단선거 파행 대안은 없나?
서울시 자치구 중 광진구 등 3곳만 원 구성 못 끝내. 후보자등록제 고민해야
 
디지털광진   기사입력  2020/07/16 [18:44]

광진구의회에는 짝수 해 마다 한번 씩 극한의 갈등이 전개되는 회의안건이 있다. 이 안건은 그다지 생산적이지도 않고 구민생활과 밀접한 관계도 없지만 그 어떤 안건보다도 의원들 간에 치열한 논쟁과 갈등이 전개되고 이로 인해 의회는 파행 운영되기 일쑤다.

 

이 안건은 바로 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안건이다. 매 짝수 해 71일을 전후해 원구성을 위해 열리는 광진구의회 임시회는 오래 걸리기로 유명하며 감투싸움이라는 구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지 오래됐지만 이제는 당연시되는 분위기도 있다. 광진구의회 의장단 선거가 매번 파행을 겪는 이유와 대안은 없는지 취재해 보았다.

 

▲ 10일 오후 광진구의회 의원들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에 들어가지도 못한채 곧바로 산회하고 말았다.     ©디지털광진

 

서울시 25개구 중 3개구만 원구성 못 끝내. 광진구는 매번 파행

디지털광진 조사 결과 16일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의장단 선거 및 원구성을 끝낸 자치구의회는 22곳이며 아직 진행 중인 자치구의회는 광진구의회 포함 3곳에 불과하다. 이중 강남구의회는 극심한 갈등을 겪으며 의장도 선출하지 못했으며, 은평구 의회는 의장과 행정위원장 선출을 끝냈지만 상임위원장 2석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광진구의회가 당장 17일로 예정된 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모두 끝낸다 해도 서울시 자치구의회 중 원구성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구 중 하나가 된다. 문제는 광진구의회가 이러한 원구성을 둘러싼 갈등으로 회의가 파행되는 일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광진구의회의 의장단 선출 역사를 살펴보면 무난하게 끝났던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 이전에도 의장선거는 어렵게 진행되었지만 현재와 같은 제도로 선거가 진행된 2006년 제5기 광진구의회 의장단 선거부터만 살펴보더라도 대부분 파행을 피하지 못했다.

 

정당공천제와 중선거구제가 도입된 2006년 선거이후 광진구의회는 현재의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과 미래통합당 계열 정당소속 의원이 대부분을 차지해 왔다. 하지만 매번 의장단 선거는 정당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같은 정당 의원들 간의 갈등까지 겹치며 파행을 겪었다.

 

2006년 제5기 전반기 의장을 선출한 제102회 임시회는 712일 개회 이후 20여일 만에 의장을 선출할 수 있었고 이후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에도 보름이 넘는 시간이 소요돼 원구성을 마치는 데 무려 37일간이나 소요되어 당시 전국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말까지 있었다. 5기 후반기 원구성도 2008728일 첫 의장선거를 실시한 이후 18일만에야 의장을 선출했고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은 828일에야 완료돼 32일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말았다.

 

그나마 6기 광진구의회의 원구성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이루어졌다. 2010년 제6기 전반기 원구성은 77일 개회, 19일 의장선출 23일 상임위원장 선출로 17일 만에 원구성을 마쳤고 2012년 후반기 원구성은 713일 당일 의장선출에 성공하면서 19일 상임위원장 선출까지 7일안에 회기를 마칠 수 있었다.

 

2014년 제7기 전반기 의장선거 역시 77일 개회 후 11일 의장 및 상임위원장을 선출해 5일 만에 원구성을 끝내면서 장기간 파행의 관례를 깨는가 싶었지만 2016년 후반기 원구성은 711일 개회해 25일 상임위원장 선출까지 다시 15일이 소요되고 말았다.

 

2018년 제8기 광진구의회 상반기 원구성은 극심한 민주당 당내 갈등을 겪으며 18일 만에야 상임위원장까지 선출할 수 있었다. 그나마 18일 만에 원구성을 마친 전반기에 비해 지금 진행되고 있는 후반기 원구성은 16일 현재 24일을 지나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가 더 소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17일 상임위원장 선출을 끝낸다 하더라도 25일이 걸리게 되며 서울시 최하위권을 면치 못한다.

 

원구성 오래 걸리는 것도 전통?. 후보등록제 등 대안 고민해야.

광진구의회 원구성은 사실 하루만에도 끝낼 수 있는 안건이다. 하지만 2006년 이후 길게는 37, 짧아도 7일이나 걸렸다. 회기가 길어지는 것에 비례해 의원들 간의 갈등은 더욱 커지는 경우가 많고 후유증도 오래간다. 원구성이 이루어지는 7, 8월이 비교적 의회에 시급한 현안이 없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원구성에 에너지를 쏟는 만큼 지역 현안에 소홀해지기 쉽고 원구성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은 의원들간의 신뢰를 무너뜨리며 향후 의정활동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매번 회의를 준비해야 하는 의회 사무국직원들의 고충도 적지 않으며 의원들 간에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애꿎은 사무국직원들에게 화살이 날아가는 경우도 많다. 원구성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자랑할 일이 못되며 다른 자치구 의회와 비교할 때도 부끄러운 기록이다. 이제 이 부끄러운 관행을 깨고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갈 필요성이 의회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그 동안 광진구의회 원구성 파행 과정을 보면 매번 조금씩 다른 점도 있지만 공통점도 많다. 전체 의원이 14명에 불과하다 보니 한두 명 의원의 의사에 따라 선거구도가 통째로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고 정당 내부의 합의가 어려움을 겪으며 당 대 당을 뛰어넘은 이합집산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아 더욱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했다.

 

모든 의원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겉으로는 정당의 이익이나 광진구의회의 발전을 앞세우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의회직을 맡으려는 경우가 다수 있어 의견조율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합리적인 의견조율은 쉽지 않았고 구의회 전체를 고민해 의회직을 맡을 적임자를 가려내는 선출이 아닌 선거구도와 역학관계만 난무하는 원구성 과정이 되고 말았다. 의원들이 의회직에 욕심을 내는 것은 직위도 직위지만 상당액의 업무추진비사용이 가능해지는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차례의 원구성에서도 나타났지만 '교황식 선출방식'을 고집하는 것도 파행에 일조한다는 의견이 있다. 현재의 교황식 선출방식(따로 후보를 정하지 않고 14명 의원 모두가 후보이자 유권자가 되어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은 의원 개개인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점과 후보자에 대한 비방이나 견제가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투표에 들어가기 전에 의원들 간에 지지후보에 대한 논의가 물밑에서 이루어진 다는 점에서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힘들다.

 

사실상 후보는 정해졌지만 후보를 검증할 기회가 없는 교황식 선출방식은 비공식적인 표 모으기에 치중할 수밖에 없으며, 후보에 대한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물밑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예상치 못한 후보가 적지 않는 표를 얻는 등 투표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회기가 길어지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교황식 선출방법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사전등록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전등록제'는 사전에 자리별로 후보 등록을 하고 공개적인 선거운동을 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세 모으기가 아닌 후보의 인물과 정책을 중심으로 의장단 선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의장선거에서 탈락되면 다시 부의장에 출마하고 부의장에서 탈락하면 상임위원장에 출마하는 불합리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서울시 25개 자치구의회 중 종로, 강북, 도봉, 노원, 마포, 관악, 강동구 등 7개 자치구의회에서는 후보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형식이 바뀐다고 해도 원구성의 의미를 무시한 채 광진구의회나 광진구민들을 위하기보다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의회직을 맡으려한다면 별다른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방식보다 나은 다른 방식이 없다면 9대 전반기 원구성에 사전등록제를 적용해 보는 것도 현재의 파행을 극복할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선출방식을 떠나 후보들에 대한 평가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사태를 장기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번 원구성 과정에서 광진구의회는 의장이나 부의장을 선출하면서 누가 어느 역할에 적합한지를 놓고 토론다운 토론 한번 없었으며, 당선에 가능한 의원들 숫자세기에만 바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임위원장 선출도 두 편으로 나뉘어 각자 정한 상임위원장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노력만 할뿐 광진구의회 전체를 고민하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허심탄회하게 공개적으로 후보의 자질, 정책을 평가하는 자리가 있었다면 원구성에 이렇듯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 숱한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공개적인 후보 검증이 한번 없었던 것은 무책임하며 마냥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모두 당내 교통정리가 상대당과의 협상보다 어려웠던 것은 더욱 원구성을 복잡하고도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불신으로 사소한 문제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것도 원구성을 길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당의 개입도 의원들의 독자적인 판단을 어렵게 만들며 원구성 파행에 일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광진구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마주현 상임대표는 교황식 선출제도를 사전등록제로 바꾼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어느 방법이나 정당공천제 하에서 다수당 내부의 의사결겅과정에 따라 원구성이 영향을 받는 점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깜깜이 선거로 오랜 기간 파행을 겪는 현재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입후보 등록제와 정견발표 등을 명시한 선거제도를 적용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구민들도 후보자 역량을 가늠할 수 있으며 후보자들도 의정발전 공약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8기에서는 어렵지만 다음 9기에서는 새로운 방법으로 원구성을 시도해야 한다. 이번 원구성이 끝난 후 광진구의회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의장선출방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광진구의회는 17일 오후 4시 상임위원장 선출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이날 원구성이 마무리 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원구성을 가능한 빨리 끝내는 한편,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는 원구성 파행 장기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광진구의회에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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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7/16 [18:44]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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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고 2020/07/16 [19:59] 수정 | 삭제
  • 대단한 분들이셔.. 어쩌다 구의원 씩이나 되셔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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