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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회 재실등과 역대의장단 동판’ 논란
일부 의원 “코로나 시국에 재실등 1천만원, 동판제작 1,500만원 쓰지 말아야“
 
디지털광진   기사입력  2020/12/23 [17:32]

2021년도 광진구 예산안이 지난 18일 광진구의회를 통과했다. 광진구의회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10차례가 넘는 회의를 통해 집행부의 예산안을 심도 깊게 심사했고 최종 359억여원을 감액하여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예산안이 논란이 되었고 깎으려는 의원들과 지키려는 집행부 간에 긴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논란이 된 예산 중 상당수는 의원들과 집행부의 합의로 조정되었으며, 끝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예산안은 의원들의 찬반투표로 최종 확정되었다.

 

끝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예산 중에는 의회 관련 예산도 있었다. 특히 의회관련 예산은 의원들 간에 필요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예산이 통과된 이후에도 이 예산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광진구의회 사무국에 설치되어 있는 재실등. 한눈에 의원들이 의회 안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지만 추가설치는 논란이 되고 있다.     © 디지털광진

 

 

문제의 예산은 재실등 추가설치 1천만원과 전직 의장과 부의장 동판사진 제작비 1500만원 등 2건이다. 예결특위 표결결과 재실등 설치 예산 삭감안과 동판제작 예산 삭감안은 재석의원 13명 중 찬성 5, 반대 7(기권1)으로 부결되었다.

 

재실등은 의원들의 이름이나 직책이 적혀있는 일종의 상황판으로 해당 의원이 의회에 출근해 사무실에 있으면 불이 켜지고 퇴근하면 꺼지도록 되어 있다. 현재 광진구의회에는 의장실과 의회사무국, 사무국장실, 의회 입구 복도 등 4곳에 설치되어 있다.

 

이번에 의회를 통과한 재실등 추가설치예산은 1천만 원으로 부의장실과 상임위원장실 3, 의원연구실 2, 전문위원실 1곳 등 총 7곳에 재실등을 새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이 통과되었음에도 재실등 추가설치가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클 정도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재실등을 찬성하는 의원들은 상임위원장실이나 의원연구실에서 다른 의원들이 의회에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어 필요시 직접 만나서 논의도 하고 티타임도 가질 수 있다. 재실등이 있으면 의원들의 활동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수시로 의원들과 조례안 등 안건을 논의해야 하는 전문위원실 에서도 필요하다. 청사신축 때 까지만 해도 투입한 예산만큼 충분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에 설치를 반대하는 의원들은 현재 4곳에나 설치되어 있고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는데 1천만원이나 들여 재실등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4-5년 뒤에 신청사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에서 새롭게 시설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박하고 있고, 더 나아가 내가 의회에 나온 것을 왜 다른 의원이 알고 있어야 하는가.’라며 재실등에서 본인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하는 의원들도 있다.

 

재실등을 반대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를 빌지 않더라도 재실등 추가설치는 여러모로 검토할 점이 많다. 광진구의회는 현재 광진구민체육센터 5층과 6층을 사용하고 있는데 재실등은 현재 5층에만 4곳에 설치돼 있고 추가설치가 추진되는 곳도 모두 5층이다. 5층은 길게 복도로 이어져 있지만 걸어서 이동하기에 그리 먼 공간이 아니다.

 

다른 의원들이 출근했는지 알고 싶으면 들어올 때 입구의 재실등을 확인하면 된다. 또 중간에 확인하고 싶으면 상임위원장실이나 의원연구실에서 나와 몇 십 초만 걸으면 의회입구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고 있어도 싫어하는 의원들이 있는 재실등에 1천만원의 예산이 쓰여 져야 하는지는 있으면 좋을 것이다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넘어 보다 냉정하고 합리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재실등설치를 반대하는 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원들이 회기 중에는 매일 나오지만 회의가 없거나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의회에 나오지 않는 의원도 많다. 재실등을 확인해야만 다른 의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나고 싶으면 복도의 재실등을 확인하거나 직접 전화를 하면 된다. 재실등은 예산낭비다.”라며 재실등 설치 반대이유를 밝혔다.

 

▲ 광진구의회 의장실에 걸여있는 역대 의장단 사진. 광진구의회는 사진을 동판으로 교체하기 위한 1,500만원의 예산을 통과시켰다.     © 디지털광진

 

 

역대 의장과 부의장들의 동판 설치도 논란거리다. 현재 광진구의회 의장실과 부의장실에는 역대 의장들과 부의장들의 사진이 1대부터 8대 전반기까지 재임 순서대로 걸려있다. 사진 아래쪽에는 이름과 기수, 재임기간이 표기되어 있다.

 

이번에 통과된 동판 설치 예산은 1500만원으로 현재 설치된 사진을 동판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동판은 개당 55만원이 소요되며 현재까지 역대 의장, 부의장은 총 27명 것으로 파악됐으며, 향후 의장, 부의장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동판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동판교체를 추진하는 의원들은 현재의 사진이 오래되어 색이 바랬고 액자가 틀어지기도 한다. 영정사진 같다는 말도 있다. 새롭게 크기도 줄이고 동판으로 제작하면 좋을 것이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하는 의원들은 다른 의회를 파악해보니 사진이 광진구의회처럼 많이 걸려있지도 않고 동판이 있는 곳도 한두 군데 정도다. 오히려 사진을 철거하는 분위기다. 의회가 모범을 보여야지 이런 것을 설치해 권위적인 모습으로 보여 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지금은 코로나로 많은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꼭 필요하지도 시급하지도 않은 예산은 사용하면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의회 중에서는 용산구의회가 동판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수는 사진을 걸어놓거나 아예 사진을 없앤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광진구는 기획상황실에 역대 구청장들의 사진을 액자로 걸어놓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동판 제작 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 광진구청 기획상황실 벽면에 걸린 역대 광진구청장 사진들     © 디지털광진


 

이와 관련 박삼례 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장실을 방문한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영정사진 같다는 말을 한다. 실재 사진이 바래거나 우그러드는 등 변형이 오고 있어 대책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장으로서 예산에 반영해 논의하자고 했는데 통과가 되었다. 이번만 예산이 많이 들고 다음부터는 조금씩만 들이면 된다. 예산은 통과됐지만 그럼에도 의원들이 반대하고 문제가 있다면 굳이 강행할 생각은 없다.”며 의원들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느 의원이 지적했듯이 지금은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자영업자들이 파산할지, 구민들이 얼마나 더 고통을 겪어야 할지 예측조차 힘들 정도다. 기존에 진행해오던 사업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급하지도 않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신규사업은 더욱 자제해야 한다. 예산은 의회를 통과했지만 꼭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진구의회의 구민을 위한 합리적인 결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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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2/23 [17:32]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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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차리시게 2020/12/30 [13:07] 수정 | 삭제
  • 구의원들은 딴나라 사람들인가? 코로나로 가게도 못열고 죽지못해 살고있는데 이 기가막힌 뉴스는 어느나라 이야기인가? 열걸음 걷기 싫어서 천만원을 혈세를 낭비하고!!! 찬성 5인, 반대 7인(기권1인) 누구인지 공개하라.
  • 광장동 2020/12/25 [11:51] 수정 | 삭제
  • 지금 자영업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동판이 의장들 권위를 세울지 모르지만 불요불급한 사업이다. 구민들의 삶을 헤아리지 못하는 정치인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당장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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