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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김정선 그림 / 사계절/ 어린이책시민연대광진지회 신혜선
 
디지털광진   기사입력  2018/10/22 [15:19]

양조장 집 박순득과 자전거포 이순득은 온종일 붙어 다닌다. 해질녘에 엄마 손에 이끌려 집으로 가면서도 아쉬움에 한 번 더 돌아보는 친구 사이다.

 

 

▲ 숨바꼭질     ©디지털광진

그런데 전쟁이 나서 이순득의 가족은 피난행렬에 섞여 고향을 떠나게 된다. 박순득은 멀어져 가는 친구를 넋 놓고 보고만 있어야 했다. 전쟁으로 인해 두 친구는 헤어지게 된다.

 

큰 보따리 둘러메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계속 가다 보면 어느 순간엔 커다란 비행기가 머리 위를 지나간다. 하늘에서 떨어진 포탄이 어디쯤에서 터지면 순득이는 꼭꼭 숨는다. 숨바꼭질할 때처럼 잠시 잠깐 박순득과 떨어져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박순득이 먼저 술래가 되고, 이순득은 머리카락도 치맛자락도 보이지 않고 들키지 않게 꼭꼭 숨는 중이다. 임시 거처인 천막 옆 공터에 모여 앉아 공부하고, 긴 줄을 기다려 배급받아 먹으면서도 이순득 혼자만의 숨바꼭질은 계속된다.

 

어느덧 전쟁이 끝나고 사람들은 보따리 보따리 싸들고 고향으로 향한다. 이순득은 이제 자신이 술래가 된다. 꼭꼭 숨어있는 박순득을 찾을 거라는 희망에 들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도 가볍다. 엄마 아빠보다 앞장서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발걸음은 밤에도 멈추지 않는다. 달빛 아래를 지날 땐 숨바꼭질할 때 흔히 술래가 그러하듯이 꼭꼭 숨으라고 경고한다. 이제 거의 찾을 때가 되었다고.

 

이순득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등짐을 내던지고 달린다. ‘찾았다 점박이!’ 반가운 마음에 점박이랑 같이 박순득네 집으로 한달음에 뛰어가 보니 양조장은 텅 빈 채 다 허물어져 있었다. 무너진 담장을 돌아 나오니 온통 폐허가 된 마을이 눈에 들어오고 박순득은 보이지 않는다. 이순득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친다. 순득이를 찾아다니느라 벗겨진 줄도 몰랐던 고무신 한 짝은 점박이가 찾아서 물고 왔다. 축 처진 어깨가 순득이의 기분을 말해준다. 박순득이 어디에선가 나 여깄지하며 나타나기를 얼마나 바랐을까!

 

숨바꼭질의 글은 어린이들이 숨바꼭질 놀이하는 상황 그대로이지만, 그림은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쟁이 나서 친구와 떨어져야 하는 상황을 숨바꼭질 놀이 중이라고 여기고, 힘든 나날을 버티는 이순득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피난길이 오죽이나 고된지 차나무밭 고랑 사이사이에 숨어서도 금세 잠이든 어른들과 달리, 이순득은 별이 총총히 떠 있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달님이 찾을지도 모르니 꼭꼭 숨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 시간을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누렇게 익은 벼가 귀향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이순득은 박순득네 양조장에 자주 드나든다. 때론 혼자서 때론 점박이와 함께 드나든 발자국이 눈 위에 그대로 남아있다. 숨바꼭질할 때만 빼고 온종일 내내 함께였던 박순득을 기다리며 이순득은 열심히 살고 있다. 발이 닿지도 않는 커다란 짐자전거에 점박이를 태우기도 하고, 무너진 학교 자리에 임시로 세운 천막학교도 다닌다. 친구가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숨바꼭질은 전쟁으로 인해 친구와 헤어진 순득이의 아픔을 말하는 동시에, 씩씩하게 버티고 사는 순득이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숨바꼭질할 때만 빼고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붙어있던 두 친구 순득이와 순득이는 언제쯤 숨바꼭질 놀이를 끝내고 다시 예전처럼 함께할 수 있을까!

 

 글을 써주신 신혜선 님은 어린이책시민연대 광진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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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22 [15:19]   ⓒ 디지털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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