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부의장 선출 이후 상임위원장 선출을 놓고 파행에 파행을 거듭해 온 광진구의회가 2주 만에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지만 3개 상임위원장 후보 모두 과반득표에 실패해 당선자를 가리지 못했다.
▲ 상임위원장 선거 1차 투표 개표모습 © 디지털광진
|
광진구의회(의장 전은혜)는 22일 오후 4시 제276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회 명단을 확정한 후 상임위원장 선출에 들어갔다. 상임위원회 배정은 전날 조율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회의에서는 이와 관련한 별다른 이견 없이 상임위원장 선출투표를 실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투표결과 3개 상임위원장 모두 과반을 넘는 득표자가 없어 위원장선출에 실패했다. 의회운영위원장 투표에서는 의장파로 분류된 이동길 후보(민주당)가 7표, 비의장파인 김상희 후보(국민의힘)가 6표를 득표했으며, 역시 비의장파인 고상순 후보(국민의힘)도 1표를 기록했다.
기획행정위원장 투표에서는 의장파인 김미영 후보(민주당)가 7표, 비의장파인 고상순 후보(국민의힘)가 7표로 동률을 이뤘고, 복지건설위원장 투표에서도 의장파에 늦게 합류한 장길천 후보(민주당)와 비의장파로 전반기 의장을 역임한 추윤구 후보(국민의힘)가 7대7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1차 투표를 마친 후 오후 4시 40분경 다음 투표준비를 한다며 정회했지만 끝내 2차 투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6시경 비의장파 의원 7명이 의회를 떠났기 때문이다. 비의장파 의원들은 의회를 떠나면서 “의장이 정회하면서 10분 뒤에 속개한다고 해 놓고 아직까지도 회의를 열지 않고 있다.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퇴장 이유를 밝혔다.
비의장파 의원들이 의회 건물을 나간 후 전은혜 의장은 오후 6시 25분경 회의를 속개했지만 의결정족수에 미달되는 7명만 회의장에 입장해 더 이상 상임위원장 선출을 진행할 수 없었다.
▲ 속개된 회의에는 의장파 의원 7명만 참석했다. © 디지털광진
|
전은혜 의장은 “1차 투표 후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협의해 조정하라고 한 것이 화근이 된 것 같다. 중재를 했지만 욕심이 과하다 보니 합의가 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6시 20분 속개한다고 알렸지만 퇴청했다. 결국 의장이 책임질 문제다. 죄송하다.”고 밝힌 후 6시 33분경 산회했다.
한편, 정회시간 동안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은혜 의장의 중재로 상임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광진구의회는 23일 오전 9시 4차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계획대로 회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1차 투표결과를 보면 의장파와 비의장파로 나뉘어 선택이 확연하게 갈린 것을 알 수 있다. 또 양측은 모두 적임자를 내세우기보다는 7대 7 동률이 나올 것을 대비해 그나마 당선이 가능한 후보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상임위원장 선출도 1차와 2차 투표까지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3차 투표에 들어가며 3차 투표에서도 동률이 나올 경우 다선과 나이순으로 당선자를 가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장파에서는 운영위원장에 초선이지만 운영위원 중 최고령인 이동길 의원을, 기획행정위원장과 복지건설위원장에서는 재선인 김미영 의원과 장길천 의원을 후보로 내세웠다. 반면 비의장파에서 운영위원장 후보에 이동길 후보보다 젊은 김상희 의원을, 기획행정위원장 후보에 초선인 고상순 의원을 내세운 것은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복지건설위원장에 전반기 의장인 추윤구 의원을 후보로 낸 것은 장길천 의원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 동안 광진구의회는 전반기에 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을 맡은 의원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후반기에는 보직을 맡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후반기 원구성에서는 전반기 의장까지 역임한 추윤구 의원과 더불어 운영위원장이었던 장길천 의원, 기획행정위원장을 맡았던 김미영 의원까지 상임위원장 후보로 나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양 계파 모두 상대방을 이길 수 있는 필승카드를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내심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바랐던 초선의원들은 나이나 선수에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2, 3차 투표로 이어질 경우 운영위원장에는 이동길 의원, 기획행정위원장에는 김미영 의원, 복지건설위원장에는 추윤구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양 계파간에 극적인 협상이 이루어지거나 중간에 변심하는 의원도 나올 수 있어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한편, 원구성이 길어지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이날까지 광진구의회는 임시회 회기를 44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간 광진구의회의 임시회 회기는 60일로 제한되어 있다. 23일까지 회의가 진행된 경우 사용한 회기는 45일로 늘어난다.
하지만 당초 연간계획상 8월 말과 10월 두 차례 임시회에 18일간의 회기가 예정되어 있어 23일 원구성을 마친다고 해도 임시회 회기는 3일을 초과하게 된다. 이에 따라 후반기에 잡힌 두 차례의 임시회는 회기를 3일 단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회기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조례안이나 추경안 등을 심의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으로 결국 장기화 된 원구성이 부실한 의정활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게 되었다.
원구성이 길어짐에 따라 의회 사무국 직원들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날마다 회의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8월 22일 현재 원구성을 시작한지 무려 2개월이 넘는 시간이 경과했다. 회의시간도 들쭉날쭉해 어떤 때는 오전에 회의를 연 후 곧바로 정회하고 마냥 대기하다 자동산회되는 경우도 많았고 심지어 어떤 날은 오후 4시에 회의를 열기도 했다. 회기가 시작되면 사무국직원들은 회의 업무외에 다른 일은 하기 힘들며 퇴근시간인 오후 6시를 넘겨 저녁 늦게 퇴근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민생을 위한 의정활동이 아닌 의원들의 자리싸움에 의회 사무국직원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개인들의 퇴근 후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원구성에 연일 새로운 기록을 추가하고 있는 광진구의회가 언제쯤 자리싸움을 멈추고 구민을 위한 의회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이를 기다리는 구민들의 인내심도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